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21세기 현재 남성형 탈모 치료의 양대 산맥이자 치료효과가 검증된 유이한 약이다. 개인적으로 초기 탈모 때문에 한동안 고생을 했기 때문에 두 약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내가 쓴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두 약은 일단 이름부터 비슷하고 화학적인 생김새도 그렇고 효과도 그렇고 부작용도 그렇고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잘 알고 먹어야 돈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제대로 된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두 약의 특성과 효능 등에 대해 고찰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복용하는게 가장 효과가 좋은지 따져보도록 한다.
1.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의 작용 원리
남성형 탈모의 주범은 체내에서 생성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이다. 이 DHT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형성되는데, 일단 만들어진 DHT는 두피에 작용하여 모낭을 축소시키며 이에 따라 모발이 얇아지면서 금세 빠지게 된다. 특이한 것은 이런 작용은 두피에서만 일어나고 다른 신체부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두피 말고 다른 곳에 작용해서 머리털 대신 겨드랑이털이나 음모가 빠지면 훨씬 나을텐데 안타깝게도;;;;;;
각설하고,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바뀌기 위해서는 5-알파 환원효소라는 효소가 필요한데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바로 이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을 방해해서 DHT가 생성되는 것을 막아준다.
5-알파 환원효소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피나스테리드는 1형 효소에는 거의 작용하지 않고 2형 효소에만 작용하는 반면 두타스테리드는 두가지 효소 모두에 작용한다. 그러면 당연히 두타스테리드가 더 효과가 좋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문제는 1형 효소는 두피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피지선을 비롯한 다른 곳에 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어렵다 ㅠㅠ). 그럼 굳이 두타스테리드를 먹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텐데, 연구결과 두타스테리드가 피나스테리드대비 2,3 형 효소의 억제효과가 2배 이상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할 이유도 충분히 있다.
작용원리를 보면 알겠지만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는 기본적으로 탈모를 막아주는 약이지 발모를 촉진시켜주는 약은 아니다. 때문에 이미 탈모가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는 모발이식과 같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직접적으로는 아니라도 간접적으로 발모효과를 얻을 수는 있다. 보통 탈모 현상은 아예 발모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발모속도에 비해 탈모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탈모가 진행되는 것인데, 피나스테리드가 탈모를 억제할 경우 발모된 모발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발이 증가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한편으로 모발의 굵기도 굵어지고 유지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 그러니 탈모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복용하도록 하자. 자신있게 이야기하는데 부작용은 나중에 걱정해도 된다.
2. 피나스테리드
피나스테리드는 원래(두타스테리드도) 전립선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탈모약으로 더 유명해진 것이다. 전립선 치료용 피나스테리드의 용량은 5mg인 반면 탈모 치료용 피나스테리드는 보통 아래 사진과 같이 1mg 타블렛 형태로 되어 있다. 타블렛 형태라는게 나름 중요한데 뒤에 설명한다.
피나스테리드는 천장효과가 존재한다. 즉, 일정량 이상으로는 복용량을 늘려도 효과가 더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판되는 피나스테리드가 1mg으로 출시되는 것은 하루 기준으로 이 이상 먹어도 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나스테리드의 체내 반감기는 약 8시간으로 24시간이 지나면 대략 97% 정도의 피나스테리드가 소변이나 대변 등으로 몸에서 빠져나간다. 때문에 탈모 방지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한 번씩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하면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먹는 경우도 있는데 앞서 말한 천정효과를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경험적으로도 그렇고 연구결과도 그렇고 피나스테리드는 M형 탈모보다는 정수리 탈모에 더 효과가 좋다. 탈모 분야에서 M형 탈모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아직도 상당한 난제에 속하며 심한 M형 탈모를 해결하는 방법은 현재까지는 모발 이식 외에는 없는 상황이다. ㅠㅠ
피나스테리드의 탈모 감소효과 자체는 1주일 정도만 먹어도 바로 체감할 수 있지만 모발 증가 효과는 최소 3개월에서 4개월은 지나야 체감할 수 있다. 보통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는 모발이 증가하지만 그 이후에는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모발이 증가하면 그만큼 빠지는 모발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이상 모발증가가 체감되지 않는다면 이제부터는 유지의 관점에서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면 된다. 다행히 피나스테리드는 내성이 없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해도 효과가 줄어들지 않는다.
앞서 피나스테리드의 천장효과를 언급했는데 반대로 피나스테리드의 복용 용량을 줄여도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연구결과 확인되었다. 심지어 하루 적정량 1mg의 1/5수준인 0.2mg의 용량으로도 1mg의 80% 가까운 탈모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모발 증가가 아니라 유지를 위해 피나스테리드를 먹을 때에는 피나스테리드의 용량을 절반이나 1/3으로 줄여서 먹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타블렛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잘라 먹기 좋으며 약 절단기 등을 사용해서 자르면 된다.
피나스테리드의 주요 부작용으로 성욕 감퇴, 정액량 감소, 발기 불능 등이 있으며 드물게 여유증이나 우울증등이 보고된 적도 있다. 한국에서 피나스테리드의 부작용 가능성이 2% 수준이라는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는데 일선 의사들의 의견에 따르면 체감상 2% 보다는 훨씬 많다고 한다. DHT가 남성성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성기능 관련 부작용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부작용의 정도와 발현 양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부작용이 심하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절반 이하로 잘라서 먹는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부작용보다 더 위험 것은 가임기의 여성과 남성이다. 피나스테리드는 불임이나 기형아 출산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부나 임신을 시도하는 부부는 피나스테리드를 절대 복용해도 안되고 심지어 가까이 해서도 안된다.
3. 두타스테리드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와 비슷하면서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피나스테리드와 비교가 되는 약이다.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와 달리 전립선 치료제로만 FDA 승인을 받았으며 탈모 치료제로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 부작용 우려 때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좀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는 설도 있다. 여튼 2024년 현재 두타스테리드를 탈모 치료제로 승인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 브라질 멕시코 등 몇몇 나라에 한정되어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전립선 치료용으로 시판된 두타스테리드를 오프 라벨로 판매하고 있다.
시판되는 두타스테리드는 0.5mg 연질캡슐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피나스테리드처럼 잘라 먹을 수가 없다. 다만 2023년에 중외제약에서 태블릿 형태의 두타스테리드를 출시하기도 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관련기사
이론적으로도 그렇고 연구 결과도 그렇고 현직 의사들의 의견도 그렇고 피나스테리드보다는 두타스테리드의 탈모억제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도 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고 무작정 처방하기는 어렵다. 두타스테리드의 부작용 양상은 피나스테리드와 거의 비슷한데, 부작용의 정도에 대해서는 피나스테리드에 비해 부작용 빈도와 심각성이 모두 높다는 견해와 피나스테리드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두타스테리드는 처음부터 처방을 하기보다는 피나스테리드의 대체약으로 처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타스테리드마저 효과가 신통치 않을 때에는 더 이상 처방할 약이 없기 때문이다. 탈모 초기이거나 피나스테리드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는 경우에는 굳이 두타스테리드를 처방할 필요가 없다. 보통 피나스테리드를 6개월 이상 사용했는데도 효과가 크지 않거나 장기간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했는데 효과가 약해졌다 싶은 경우에 두타스테리드 처방을 고려한다. 다만, 이미 심한 탈모가 진행된 상태에서 빠르게 치료효과를 얻고 싶을 때에는 처음부터 두타스테리드를 처방하기도 한다.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와 달리 천장효과가 없다. 즉 복용량을 늘리면 그만큼 탈모 억제효과도 증가하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부작용도 심해지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먹으면 절대 안되지만, 두타스테리드 1정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을 때에는 2정, 심지어 3정까지 처방하기도 한다. 탈모 커뮤니티에 가보면 두타스테리드 1정으로 효과가 크지 않아서 용량을 늘렸더니 효과가 좋았다는 체험담이 종종 올라온다.
또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에 비해 체내 반감기가 훨씬 길다. 피나스테리드의 반감기가 8시간 정도인 반면 두타스테리드의 반감기는 3주에서 최대 5주로 상당히 길다. 물론 반감기가 이렇게 길다고 해서 탈모 효과도 3주 이상 유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피나스테리드에 비해 약효는 확실히 오랫동안 유지된다. 그래서 피나스테리드는 약을 잘라서 용량을 조절하는 반면 두타스테리드는 먹는 주기를 조절해서 용량을 조절한다. 두타스테리드의 약효가 충분히 발현된다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틀이나 3일에 한번씩 먹는 것을 권한다.
3. 다양한 카피약이 있는데 아무거나 먹어도 될까?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모두 특허가 풀려서 시중에 다양한 카피약이 출시되어 있으며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그냥 아무거나 먹어도 될까?
식약청의 허가를 받고 출시된 약이라면 이들 약 간에 약효 차이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종종 이 약은 효과가 좋고 저 약은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특별한 근거가 없는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종종 작전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제약회사마다 제조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약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량의 불순물의 성분과 함량 조금 다를 수는 있는데 이런 불순물이 딱히 약효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전혀 없다.
따라서 굳이 특정회사 제품을 선호하거나 배척할 필요는 없다. 굳이 선택하자면 최대한 저렴한 약을 선택하는 것을 권한다.
다만 해외에서(주로 인도) 직구로 탈모약을 구입해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당연히 이런 경우는약효와 부작용을 장담할 수 없다. 이 글을 쓰는 2024년 현재 탈모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카피약들도 충분히 저렴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위험한 직구를 시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4. 결론 및 정리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복용방법을 정리해보자
- 탈모가 심하지 않거나 초기일 때에는 일단 두타스테리드가 아니라 피나스테리드부터 복용한다. 피나스테리드가 효과가 있다면 굳이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
- 이미 탈모가 심하거나 탈모 진행속도가 빠르거나 피나스테리드를 6개월 이상 복용했는데 효과가 별로 없는 경우는 두타스테리드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와 달리 천장효과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을 감수하고 빠른 효과를 보고 싶다면 2알 이상을 처방할 수도 있다. 물론 권장하지는 않는다.
- 모발 증가가 멈추고 유지되는 단계에서는 비용절감 및 부작용 감소를 위해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의 복용량을 줄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피나스테리드는 잘라서 먹으면 되고 두타스테리드는 먹는 주기를 조절하면 된다.
- 종류가 많아서 어떤 약을 선택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가장 저렴한 것을 선택하도록 하자.
- 추가적인 발모효과를 얻고 싶다면 미녹시딜을 바르거나 복용할 수 있다. 미녹시딜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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