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탈모약 분야의 양강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탈모치료의 보조제로 주로 쓰이는 미녹시딜과 엘크라넬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알파트라디올에 대해 알아본다. 또 최근에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바르는 피나스테리드, 핀쥬베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1. 미녹시딜
미녹시딜은 원래 미국 화이자에서 궤양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혈관 확장에 큰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서 고혈압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받게 된다. 이 때 임상테스트 도중 피험자들 상당수에게 부작용으로 다모증이 나타났고 이걸 탈모 치료에 쓰면 어떨까 해서 나온 것이 현재의 미녹시딜이다.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 역시 FDA의 승인을 받아서 피나스테리드와 함께 유이하게 FDA의 승인을 받은 탈모약이 되었다.
미녹시딜의 작용기전은 피나스테리드 및 두타스테리드와 완전 반대인데,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가 DHT 생성을 억제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면 미녹시딜은 발모 자체를 촉진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미녹시딜이 발모를 촉진하는 기전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미녹시딜이 혈관 확장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두피쪽의 혈관을 확장시키고 모세혈관을 생성해서 모낭에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늘려주고 이로 인해 발모가 촉진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발모효과가 그렇게 크지는 않고 사람마다 효과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남성 탈모 치료에 미녹시딜 단독으로 쓰는 경우는 별로 없고 주로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의 보조제로 사용한다. 다만 여성 탈모 치료에서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미녹시딜이 단독으로 사용된다.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을 같이 사용할 경우 최대 50%까지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1 바르는 미녹시딜
바르는 미녹시딜로 대표적인 제품이 로게인(Rogain)인데 거품 형태로 되어 있다. 직구 제품으로 인기가 높았던 커클랜드 미녹시딜은 액체로 되어 있는데 가격이 싼 대신 잘 흘러내리는 문제가 있다. 바르는 미녹시딜은 처방이 필요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기 때문에 해외직구가 유행했는데 아쉽게 2023년부터 직구가 금지되었다. ㅠㅠ
탈모방지약이 아니라 발모약이기 때문에 탈모부위에만 바르면 된다. M자형 탈모보다는 정수리 탈모에 효과가 더 좋고 혈액순환이 왕성한 젊은 사람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가 좋다. 그러니 미녹시딜의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운동을 하자. 또 남성 탈모보다는 여성 탈모에 효과가 좋다. 그래서 남성용 미녹시딜이 5%인 반면 여성용 미녹시딜은 3%이며 보통 하루 2번 바른다. 여성이 5% 미녹시딜을 사용할 경우 다모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3%를 사용하는 건데 급한 마음에 그냥 5% 미녹시딜을 사용하는 여성도 많다.
1-2 먹는 미녹시딜
먹는 미녹시딜은 5mg 타블렛 형태로 되어 있으며 바르는 미녹시딜과 달리 처방이 필요하다. 원래 먹는 미녹시딜은 탈모약이 아니라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데 이걸 탈모용으로 전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녹시딜을 먹게 되면 혈압 저하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권하기 어렵다. 또한 머리카락 외에도 몸 곳곳에 털이 많아지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는 미녹시딜이 탈모약으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편법으로 보험적용이 가능해서(고혈압 환자로 등록해야 된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바르는 미녹시딜처럼 번거롭지 않기 때문이다. 또 먹는 미녹시딜이 바르는 미녹시딜보다 효과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실제로 효과가 더 좋은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먹는 미녹시딜는 보통 피나(두타)와 같이 하루에 한 번 먹는데 체내 반감기 4~5시간 내외이며 최대 72시간까지 약효 유지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이틀에 한알씩 먹거나 약 절단기 등으로 절반으로 쪼개서 먹는 경우가 많다. 아예 약국에서 절반으로 잘라서 주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에는 바르는 미녹시딜을 쓰다가 현재는 먹는 미녹시딜을 하루에 0.5알씩 먹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르기 귀찮아서;;;;;
2. 알파트라디올
알파트라디올은 남성형 탈모와 여성형 탈모의 양상이 다른 것에 착안하여 개발된 제품이다. 여성형 탈모는 거의 대부분 정수리 탈모인 반면 남성형 탈모는 M형 탈모, 정수리 탈모, U자형 탈모, 여러 유형이 합쳐진 복합형 탈모 등 탈모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성의 이마에서 분비되는 알파트라디올(Alfatradiol 또는 17α-estradiol) 때문인데, 이 알파트라디올이 DHT의 활성을 막아주고 테스토스테론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변환시켜준다. 그래서 여성에게 M형 탈모가 거의 없는 것이다.
즉 알파트라디올은 작용 기전은 상당히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피나(두타)와 같이 탈모를 막아주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알파 트라디올은 체내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바르는 약으로만 시판되고 있는데, 현재 한국에서 발매된 알파트라디올 제품중 가장 유명하고 잘 팔리는 제품은 엘크라넬(ell-cranell)이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탈모효과가 있지만 각종 연구에 의하면 실제 탈모치료 효과는 바르는 미녹시딜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파트라디올의 DHT 활성이나 에스트라디올 생성 효과가 생각처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크라넬 설명서에 보면 경증의 탈모 치료에만 사용하고 탈모가 심하면 다른 약을 사용하라고 되어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가격인데 2024년 현재 엘크라넬 한병의 가격이 11만원이 넘는다. 이런 이유로 알파트라디올은 탈모 치료에 널리 사용되지는 않으며 주로 탈모 증상이 심하지 않은 여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한편 탈모 사이트에서는 미녹시딜과 엘크라넬을 같이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질문들이 종종 올라온다. 개인적으로 두 약물의 치료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한번 시도해볼만은 하다고 생각되는데, 문제는 치료비이다. 과연 비싼 치료비에 상응하는 치료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이기 때문.
3. 바르는 피나스테리드
먹는 피나스테리드는 체내를 순환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특히 성기능 관련)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두피쪽의 DHT만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이 연구되었는데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바르는 피나스테리드이다. 한국에서는 보령제약에서 핀쥬베라는 상표명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분무기 형태로 되어 있다.
최근에 0.25%의 국소 피나스테리드를 1~2ml 정도를 두피에 바르게 되면 섭취형 피나스테리드수준으로 두피의 DHT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작용 때문에 먹는 피나스테리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 같다.
문제는 가격. 특허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2024년 현재 핀쥬베 18ml 한 병의 가격이 16만원 수준으로 앞서 이야기한 엘크라넬보다도 가격이 더 사악하다. 여기에 탈모부위 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예방적으로 바르라는 권고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1회 도포할 때 소모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더더욱 가격부담이 커지게 된다. 게다가 이전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가임기 여성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 임신중이거나 임신 예정인 여성이 있을 경우 분무기 형태의 피나스테리드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임신 관련 문제가 없고 먹는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모두 부작용이 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먹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가 큰 부작용이 없다면 굳이 핀쥬베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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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탈모 치료 초기에 발생하는 쉐딩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쉐딩(shedding)’은 탈모치료 후 새로운 모발이 올라오면서 기존의 휴지기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다. 모발은 발생, 성장, 퇴화, 휴지기 단계를 거치고 휴지기가 지나면 빠지게 된다. 탈모약으로 탈모 치료를 시작하면 모발 세포의 성장기를 촉진하면서 휴지기의 모발이 빠지는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따라서 평소보다 모발이 더 많이 빠질 수 있다.
쉐딩이 발생하면 역효과가 나는 것으로 오해하고 덜컥 겁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쉐딩현상은 오히려 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탈모를 치료하는 의사들은 쉐딩현상이 일찍 나타나면 치료효과도 빨리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니 오히려 기뻐해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모든 탈모 치료 환자에서 쉐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쉐딩 현상이 없다고 해서 치료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안나타나면 좋지만 나타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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