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2024년 현재 제로음료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으며 음료 분야를 넘어 음식이나 과자 분야에도 제로 칼로리를 표방하는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제로감미료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 제로칼로리 음료(이하 제로음료)가 시장에 등장한지는 꽤 오래 됐지만 이 제로음료에 대한 각종 논란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가, 효과가 있다면 얼마나 있는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가, 장기적으로 마셔도 큰 문제는 없는가 등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제로음료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는데 관련 글이나 기사를 찾아보면 대부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일반 음료보다는 낫지만 도움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와 같이 결론을 애매하게 내리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확인된 제로음료의 대한 중요한 논란들을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해본다. 이렇게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제로음료와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에 이야기가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기 때문에 '현재까지'라는 단서를 붙였다.
참고로 물질 뒤에 붙어 있는 괄호 안의 숫자는 설탕대비 당도를 의미한다. 만약 숫자가 100이라면 같은 무게의 설탕 대비 100배로 달다는 의미이다.
1. 제로음료에 사용되는 감미료
제로음료에 사용되는 감미료는 크게 천연감미료, 인공감미료, 당알코올로 구분한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인공감미료인데 저렴하고 당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공감미료로 아스파탐(200), 수크랄로스(600), 아세설팜칼륨(200), 사카린(300) 등이 있다. 천연감미료는 스테비아라는 식물에서 추출하는 스테비오사이드(300)나 무화과와 건포도 등에서 추출되는 알룰로스(0.7)가 대표적인데 인공감미료에 비해 가격이 훨씬 비싸서 널리 이용되지는 않는다.
당알콜은 단 맛을 내는 알코올 계열의 물질로 이름 끝에 '톨'자가 들어가면 당알콜로 생각하면 된다. 소르비톨(0.5), 자일리톨(0.9), 만니톨(0.5), 에리스리톨(0.7) 등이 대표적인 당알코올이다. 당알콜은 대체로 설탕에 비해 당도가 낮으며 약간의 칼로리가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제로 감미료는 아니다. 다만 체내에 흡수가 되지 않거나 설탕이나 과당에 비해 흡수가 느리기 때문에 급격한 혈당상승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각각의 감미료는 같은 단맛이라도 저마다의 독특한 맛이 있다. 청량감이 강하다던가 뒷맛이 쓰다던가 등등. 때문에 상품성 있는 단맛을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이상의 감미료를 섞는 경우가 많다.
2. 진짜 혈당을 올리지 않는가? - 그렇다
설명을 하기 전에 일단 이 영상을 참고하자. 현직 내과의사분이 직접 일반 콜라와 제로 콜라를 마신 후 혈당변화를 측정한 영상인데 다 보기 귀찮다면 5분 30초부터 나오는 결과만 봐도 된다.
결론적으로 제로콜라는 일반콜라와 달리 혈당을 많이 변화시키지 않았으며 당연히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지도 않는다. 제로음료와 일반음료를 비교한 다른 연구나 실험도 모두 이 영상과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제로음료가 일반음료에 비해 확실히 혈당 관리에 유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다만 감미료의 종류에 따라 혈당 변화 양상은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제로콜라에 사용되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은 전체 음료수량 대비 mg 수준의 극소량을 사용하기 때문에 혈당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반면 당알콜의 경우 나름의 칼로리가 있는데다 당도가 낮아서 많은 양을 사용하기 때문에 위 영상의 그래프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혈당변화가 관찰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제로음료가 설탕이나 과당을 사용한 일반 음료에 비해 유의미하게 혈당변화가 적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 결과를 애써 부정하기도 하는데 좀 억지스러운 딴지로 보인다. 다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성급하게 제로음료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거나 마음껏 마셔도 된다는 결론을 내려서는 곤란하다. 자세한 것은 4번 항목 참고.
3. 제로감미료가 인체에 유해한가? - 적당히만 먹으면 전혀 유해하지 않다
다른 논란은 몰라도 제로감미료가 직접적으로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된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모든 제로감미료는 모두 미국 FDA와 유럽 식품안전기구의 승인을 받은 것들이다. 사카린을 시작으로 제로감미료가 사용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감미료로 인해 인체에 문제가 생겼다는 보고는 현재까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물론 소화불량, 복통, 설사와 같은 경미한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지만 감미료들이 대부분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몸밖으로 방출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소화의 관점에서 보면 몸에 들어와서 그대로 빠져나가는 이물질을 먹은 셈이니까.
인공감미료가 유해하며 질병을 일으킨다는 결과를 내놓은 보고서나 논문은 예외없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며 동물에게 과도한 양의 감미료를 장기간 투여하는 방식으로 실험한 것들이다. 이 연구에 나오는 실험조건을 사람으로 치환해 보면 250ml 제로음료를 하루에 60캔을 먹는다거나 1.5l 콜라를 하루에 5병씩 2달간 먹거나 거의 이런 수준이 된다. 일상에서는 이런 비현실적인 섭취가 일어날 가능성이 사실상 없을 뿐더러 제로감미료가 아니라 어떤 물질이라도 이런 수준으로 먹으면 당연히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혹시라도 인공감미료가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면 겁먹지 말고 일단 실험조건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상 의미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이런 연구들이 행해지고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을 보면 뭔가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한때 사카린이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판매금지되었지만 이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서 다시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오히려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사카린은 발암물질? 오히려 항암물질일 수도
2023년 2월에는 에리스리톨이 심혈관질환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발표되었는데, 이를 근거로 에리스리톨이 마치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것처럼 기사가 쏟아져 나와서 잠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애초에 정상인이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인데다 딱히 에리스리톨이 심혈관질환을 유발한다는 근거를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결국 언론이 연구결과를 왜곡하고 부풀려서 만든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에리스리톨 정말 위험한가?
2023년 7월에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 2B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역시나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관련기사 그런데 발암물질 2B군에는 피클이나 젓갈 등 한국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또 치과 임플란트 수술이나 보형물을 넣는 외과수술도 2B군에 포함되어 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이보다 한등급 높은 2A군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소시지나 햄과 같은 가공육은 아예 고위험군인 1군에 포함되어 있다. 암이 무서워서 아스파탐을 못먹을 수준이라면 고기와 소시지도 먹지 말고 치과치료도 받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제로 감미료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지만 제대로 유해성을 입증한 연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이런 연구들은 감미료를 적정량 이하로만 먹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른건 몰라도 제로음료에 사용된 감미료가 직접 내 몸을 망가뜨릴지 모른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해도 될 것 같다.
4. 그럼 마음놓고 제로음료를 마셔도 될까? -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로음료는 분명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마음껏 마셔도 되는 음료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금까지 살펴본 제로음료의 장점을 상쇄해버릴만한 본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애초에 음료(특히 청량음료) 자체가 몸에 좋지 않은 식료품이라는 것이다.
건강관점에서 보면 음료는 혈당상승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치아에 미치는 악영향인데, 청량음료를 많이 마실 경우 음료 내의 산성물질인 탄산과 인산이 치아의 법랑질을 부식시켜 치아를 약화시킨다. 또한 인산은 체내 칼슘흡수를 막기 때문에 청량음료를 너무 많이 마실경우 칼슘 보충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다만 음료 내의 인산은 소량이기 심각한 칼슘부족이 발생하는 경우는 적다). 한편으로 콜라나 닥터페퍼 체리콕 등의 짙은 색깔을 띤 음료에는 일종의 발색제인 캬라멜 색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캬라멜 색소도 현재 유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물질이다.
이처럼 음료는 태생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제로음료 역시 혈당상승을 제외한 다른 문제점은 그대로 갖고 있다.
여기에 제로음료만의 문제가 한가지 더 있다. 감미료의 단맛이 식욕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제로음료 자체는 혈당을 상승시키지 않지만 제로음료의 단맛으로 인해 상승된 식욕이 건전한 식습관을 깨뜨리고 과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물론 이런 점은 일반 음료도 마찬가지이지만 먹으면 (혈당 상승으로 인해) 나름 포만감을 느끼는 일반음료와 달리 제로음료는 이런 포만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과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여기에 제로음료는 무해해서 마음껏 마셔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이런 위험성을 더 높여준다.
제로음료가 장내 미생물 환경을 안좋게 변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는데 굳이 이것까지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제로음료는 일반음료보다 덜 해롭지만 많이 마시면 몸에 좋지 않으며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컷 이야기 해놓고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다.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정말 마시고 싶을 때만 적당히 마시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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