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스포츠 선수들이 도핑에 사용하는 약물(2) - 성장 호르몬

파죨리 2024. 10. 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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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운동선수들이 도핑에 사용하는 약물의 대표주자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대해 알아 보았다. 

 

스포츠 선수들이 도핑에 사용하는 약물(1) -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도핑(Doping)이란 운동 선수가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신체적,정신적 능력을 강화하는 약물을 먹거나 주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도핑에 사용하는 약물은 정말 많은데 대략 8개의 카테고리로 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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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이어 차세대 도핑 약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성장호르몬에 대해 알아보자. 

1. 성장호르몬 개요 

이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며 이름처럼 인체의 성장에 관여하지만 연구를 통해 성장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밝혀졌다. 성장호르몬은 기능이 상당히 많은데 중요한 기능 몇가지만 보면 다음과 같다. 

1) 성장판이 열려있을 경우 근골격계 성장을 자극하며 이에 따라 신장도 커진다 
2) 칼슘 저장량을 증가시켜서 뼈를 단단하게 하며 골밀도를 증가시킨다
3) 간의 포도당 흡수를 감소시키고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어서  혈당을 높인다 
4)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 
5) 면역 기능을 강화시킨다 

이 중에서 1)은 성장호르몬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호르몬의 자극으로 간에서 생성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Insulin like growth factor-1, IGF-1)가 수행한다.  그래서 성장호르몬으로 도핑을 할 때는 보통 성장호르몬과 더불어 IGF-1 및 인슐린을 함께 투여한다. 인슐린을 투여하는 이유는 성장호르몬으로 인한 혈당 상승을 억제하고 근육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인슐린 투여시 저혈당 쇼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로이더들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포도당이나 말토덱스트린 수용액과 같은 당보충제를 상비한다.

인슐린은 돼지나 다른 동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서 1960년대부터 도핑에 이용되었지만 성장호르몬은 종 특이성이 있어서 다른 동물의 호르몬은 인체에 사용할 수 없다. 때문에 1990년대 이전까지 성장호르몬은 성장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사체에서 극미량만 얻었고 당연히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다.  하지만 세균을 이용한 유전자재조합 기술이 발전하면서 성장호르몬이나 IGF-1도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덕에 성장호르몬 복합제제는 도핑에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졌다(물론 그렇긴 해도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보다는 훨씬 비싸다). 그래서 바디빌딩 분야에서는 1970년대 이후를 스테로이드 시대, 1990년대부터를 성장호르몬 시대라고 표현한다. 

2. 성장호르몬 복합 투여의 효과 

성장호르몬이라는 이름 때문에 성장기에만 필요한 호르몬으로 오해를 받는 경향이 있는데 이 성장호르몬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분비되며 신체의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노화를 늦추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하는 건강관리법도 있다. 

성장호르몬의 효과


성장호르몬은 적정량으로만 투여하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근성장을 목적으로 한번에 적정량을 훨씬 초과하는 양을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로이더들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대신 이 비싼 성장호르몬을 대량으로 투여하는 이유는 근육증가 효과가 스테로이드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골격근과 심장 등의 일부 조직에 제한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만 성장호르몬과 인슐린 복합투여는 전신의 근육 발달에 관여하며 골밀도까지 증가시키기 때문에 좀더 극적인 근성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성장호르몬은 지방을 분해하기 때문에 체지방율을 낮추는데도 효과적이다.

3. 성장호르몬 복합 투여의 부작용

성장호르몬/IGF-1/인슐린 복합 제제도 과한 용량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못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로이더들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마찬가지로 성장호르몬도 적정량의 수십배를 투여하는데 최대한 근성장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위험한 약물인데도 일부 바디빌더들은 심지어 이 성장호르몬 복합제제에 더해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추가적으로 투여하고 여기에 에페드린같은 체지방 커팅제까지 먹는다. ㄷㄷㄷ 이 정도가 되면 어떻게 살아 있는지 신기할 지경.

(1) 말단비대증(acromegaly)

말단비대증은 성인이 되어 성장이 끝난 상태에서도 계속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신체의 말단 부위가 굵어지는 질환이다. 대략 여자는 17세, 남자는 20세 전후로 성장판이 완전히 닫히기 때문에 이 시기 이후에 성장호르몬이 과도하게 공급되면 키나 기본 골격은 변하지 않지만 손과 발같은 신체 말단부위가 굵어지고 앞이마와 턱이 튀어나오게 된다. 또 피부가 두꺼워져서 주름이 생기기 때문에 노안이 되고 혀도 커져서 목소리가 굵어지고 발음이 둔해진다. 이런 외모적인 변화 외에도 당뇨와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 성장호르몬 복합제제 투여로 인한 말단비대증 증상은 유전이나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말단비대증과 증상이 동일하므로 좀더 자세한 것은 말단비대증을 검색해 보기 바란다. 

 

(2) 심장 이상 
심장이 비대해지는 것은 말단비대증의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성장호르몬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보다 광범위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과다투여하면 심장이나 혈관 및 내장의 근육도 발달하게 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도 심장을 비대하게 만들지만 성장호르몬이 좀더 강한 효과를 나타낸다. 

심장 주변의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심장이 비대해지면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수축/이완 운동에 지장을 받게 되며, 이는 심장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혈관의 근육이 발달하면 혈관 내부가 좁아져서 혈압이 높아지게 되며 이 상태에서 비대해진 심장으로 인해 심박출량이 증가하면 혈관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장호르몬을 과다투여한 로이더의 상당수가 심장질환을 앓고 있으며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3)뇌손상 및 시각 이상 
이 부작용은 성장호르몬보다는 함께 투여하는 인슐린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지방이나 단백질은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지속적인 인슐린 투여로 저혈당 상태가 계속되면 뇌에 충분한 포도당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어 뇌세포가 파괴될 수 있다. 특히 저혈당 쇼크가 자주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위험하다. 인슐린 과다/지속 투여하게 되면 피곤함, 무력감, 의지력 약화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심하면 행동장애, 언어장애 및 발작을  일으킬 수 있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다만 인슐린을 투여한다고 무조건 이런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당뇨환자의 경우 의사의 처방 하에 적정량을 투여하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뭐든지 적정량 이상을 과다 투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4) 팔룸보이즘(Palumboism)

팔룸보이즘은 성장호르몬의 가장 특징적인 부작용 중 하나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일부 바디빌더들의 복부가 복부비만처럼 나와 있는 것을 뜻한다. 팔룸보이즘이라는 용어는 20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미국의 바디빌더 데이브 팔룸보(Dave Palumbo)의 이름에서 유래했는데, 팔룸보가 선수로서는 그리 각광을 받지 못했지만 대회에 출전했을때 복부가 부풀어 있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생겼다. 팽창한 복부를 빗대어 버블것(bubble gut)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극한의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지방을 최대한 낮춰서 대회에 출전하는 바디빌더가 몸관리를 안한 일반인처럼 복부가 나온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데,  구체적인 모습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기 바란다. 

팔룸보이즘의 예시 영상

사실 팔룸보이즘의 원인은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연구도 많이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팔룸보이즘 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이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대체로 조사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성장호르몬이 도핑에 본격 도입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팔룸보이즘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호르몬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강력하게 추정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장호르몬은 골격근뿐만 아니라 심장이나 위처럼 근육을 가진 장기나 내장 혈관 등의 근육도 성장시키기 때문에 충분히 복부 비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내장 근육의 비대현상은 성장호르몬과 인슐린이 함께 투여될 때 더욱 심해지고 성장이 왕성한 20대 이하의 젊은 나이에 시작할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팔룸보이즘 증상이 나타나면 비대해진 내장으로 인해 장기가 눌리게 되며 특히 폐와 심장이 압박을 받아 호흡이 가빠지고 혈액 순환도 지장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팔룸보이즘 증상을 보이는 로이더들은 유산소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4. 성장호르몬의 부작용은 정말 치명적이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은 투여를 중단하면 예전 상태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수술이나 약물을 통해 부작용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으로 인한 부작용은 복용을 중단한 후에 돌이키기가 매우 어렵다. 말단비대증이나 팔룸보이즘으로 일단 비대해진 신체조직은 중단을 한다고 해서 예전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또 장기간 과도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경우 뇌하수체에서 더 이상 성장호르몬을 분비하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투여를 중단하면 성장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노화와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성장호르몬은 그냥 먹지 않는게 최선의 선택이다. 단지 우람한 근육을 얻고 싶다는 이유로 그 비싼 성장호르몬으로 몸을 망치는 행위는 정말 어리석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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