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지근과 두 가지 속근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근성장에 대해 알아보자. 여기서 이야기하는 근성장은 속근의 성장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지근은 근육의 부피나 힘이 아니라 근지구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1. 근성장의 3가지 원인
근육에서 근성장을 유발하는 두 가지 조직은 근원섬유(= 근원세사, myofibril)와 근형질(sarcoplasm)이다.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면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근원섬유와 근형질에 의한 근육의 성장은 대략 세가지 원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 근원섬유 수의 증가
- 근원섬유 부피의 증가
- 근형질 부피의 증가
그런데 이 중에서 근원섬유의 수는 운동을 하더라도 잘 증가하지 않는다. 근성장을 다룬 블로그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아래와 같은 그림을 올려 놓은 것을 자주 보게 되는데,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근원섬유의 갯수가 늘어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설령 늘어나더라도 아래 그림처럼 몇배씩 늘어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운동을 통한 근성장은 대부분 아래 그림처럼 근원섬유와 근형질의 비대, 즉 부피증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근원섬유의 비대는 근력(스트렝스) 증가 및 근육 부피 증가(근비대)와 모두 관련되어 있고 근형질의 비대는는 주로 근비대와 관련되어 있다. 운동을 하게 되면 근원섬유와 근형질이 동시에 비대해지면서 힘과 부피가 같이 증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람에 따라, 또 운동 방법에 따라 두 조직의 성장속도가 달라지게 된다. 근비대와 근력강화는 바로 이 두 조직 중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2. 근비대 훈련과 근력강화 훈련
이제부터 근비대와 근력강화에 대해 알아보자. 근비대와 근력강화는 훈련 방향도 다르고 방법도 다른데, 구체적인 훈련 방법은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일단 개요 차원에서 기본적인 원리 위주로 살펴본다.
(1) 근비대
19세기까지의 육체 단련은 주로 근력 강화를 의미했으며 체격의 성장은 근력 강화의 부산물 또는 보너스 정도의 개념이었다. 근비대를 통한 순수한 육체미를 추구하는 바디빌딩의 개념은 영국의 오이겐 산도프(Eugen Sandow, 1867~1925)가 처음으로 확립했다.
근비대는 바디빌더나 우람한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 일명 헬창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근비대를 유발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은 바로 점진적 과부하이다. 점진적 과부하란 운동을 할때마다 기구의 무게나 세트당 반복횟수를 천천히 증가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부하를 증가시켜서 근육에 피로를 유발하게 되면 근원섬유에 미세한 균열(흔히 상처라고 표현)이 발생하는데 이 균열이 봉합되는 과정에서 근원섬유가 좀더 굵어지게 된다.
근비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근형질의 증가도 중요하다. 근육 전체의 부피에서 근형질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부피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오히려 근원섬유의 비대보다 근형질의 비대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바디빌더들의 경우 근육 전체의 부피에서 차지하는 근형질의 비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우리가 운동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펌핑감'이 바로 근형질과 관련이 깊다.
근형질을 효과적으로 증가시키는 운동 방법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마다 결과가 다소 다르다. 자신의 1RM(one repetition maximum)을 기준으로 1RM의 80% 이상의 고중량 저반복 방법이 상대적으로 근형질 증가에 유리하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1RM 70% 이하의 저중량 고반복 운동에서 좀더 유의미한 근형질 증가가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근형질 내에 모세혈관이 적고 미토콘드리아나 마이오글로빈과 같은 세포소기관이 거의 없는 2b형 속근보다는 혈관과 세포소기관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2a형 속근이 근형질의 증가 잠재력이 더 크다고 한다. 따라서 2a형 속근을 집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저중량 고반복 운동과 같은 운동 방법이 근비대에 충분히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또 세트 수를 통상적인 3~4회가 아니라 최소 5회 이상, 최대 10회까지 증가시켰을 때 유의미한 근형질 증가가 관찰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참고할만 하다. 다만 세트 수를 늘릴 경우 부상에 조심해야 할 것이다.
효과적인 근비대를 위해서는 특정 근육에 자극을 집중시키는 고립운동이 추천된다. 전문 바디빌더들은 온몸에 있는 각각의 근육에 따로따로 자극을 주기 위해 이 고립운동을 적극 활용한다.
(2) 근력강화
근력강화는 근육의 부피보다는 근육이 발휘하는 힘(스트렝스)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근비대 훈련이 관상형 근육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스트렝스 훈련은 실전형 근육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 근비대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체급이 나누어져 있는 역도나 격투기 선수의 경우 운동 능력과 직접 관련이 없는 근형질이 커지게 되면 괜히 체중 조절에 부담만 준다. 또 구기종목 선수나 체조 선수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동작을 민첩하게 수행해야 되는 경우에도 근형질 발달로 체격이 비대해지는 것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근육 자체를 키우는 것 보다는 단위 면적당 근육이 동원할 수 있는 힘을 증가시키는게 바람직하다. 따라서 스트렝스 훈련은 근육을 키우는 것보다는 근신경계를 발달시키는데 촛점을 맞춘다. 근력은 근육의 크기 자체에도 비례하지만 그보다 신경계가 한번에 동원 가능한 근섬유가 얼마나 많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량급 역도선수나 파워리프터들이 호리호리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자기 체중의 2~3배를 들어올릴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트렝스 훈련의 방법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원칙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고중량 저반복 운동과 복합다관절 운동이다. 스트렝스 강화를 위해서는 일단 1RM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고중량 저반복 운동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특정 근육에 자극을 집중하는 고립운동보다는 근육간의 협응과 조정 능력이 중요시되는 복합 다관절 운동이 근신경계의 발달에 더 효과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복합다관절 운동으로 흔히 3대 운동이라고 부르는 벤치 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가 있다. 스트렝스 강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 3대 운동을 중심으로 오버헤드 프레스나 바벨 로우와 같은 다른 다관절 운동을 추가해서 훈련을 한다.
물론 스트렝스 훈련을 하면 당연히 근육도 성장하게 된다. 앞서 보았듯이 운동을 하면 기본적으로 근원섬유가 굵어지기 때문이다. 단지 근비대를 추구하는 사람들만큼 성장하지 않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 근비대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도 근력강화는 당연히 중요하다. 효과적으로 근비대가 일어나려면 강한 운동 자극이 필수인데 강한 자극을 얻기 위해서는 고중량 또는 고반복을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으로 운동을 하건 3대 운동과 같은 기본적인 운동을 게을리하면 결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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