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각종 다이어트 식품이나 보조제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다. 꽤 비싼 가격인데도 상당히 잘팔리고 있으며 관련 시장도 계속 확대되는 중이다.
다이어트를 위한 물질은 크게 다이어트 보조제와 다이어트 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다이어트 보조제는 특별한 처방이 없어 자유롭게 구매해서 먹을 수 있는 제제이며 다이어트 약은 부작용이 커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복용 가능한 제제를 말한다. 이 글에서는 일단 효과가 좋다고 하는 몇가지 다이어트 보조제들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보자. 이 다음에는 같은 주제로 다이어트 약에 대한 글을 올릴 예정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대한 필요한 이야기만 간단하게 할 것이며 언급할 가치가 있는 보조제에 대한 자세하고 복잡한 이야기는 따로 글을 올릴 생각이다.
이 글은 광고성이 전혀 없다. 각종 다이어트 약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막판에 슬쩍 특정 건강식품이나 약 이름을 꺼내는 글이 많던데 이 글은 절대 그렇지 않으니 안심하시라.
좀 슬픈 이야기부터 하자면 대부분의 다이어트 보조제는 효과가 별로 없거나 많이 과장되어 있다. 그렇다고 돈낭비니까 무조건 먹지 않는게 답이냐? 꼭 그렇지는 않다. 다이어트 보조제는 어디까지나 보조제로 운동이나 식이조절 같은 기본적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먹으면 나름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평소대로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 보조제만 먹으면 당연히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이 약만 먹으면 특별히 다른 다이어트 활동을 하지 않아도 부작용 없이 살이 빠진다고 주장하는 사기성 광고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이 식물의 과일에 포함되어 있는 HCA(Hydroxycitric acid)는 체내 지방합성을 방해하고 인슐린 분비를 줄여서 다이어트에 효과가 준다는 것은 연구결과로 어느 정도 검증되어 있다. 다만 동물실험에서는 상당히 효과가 좋았는데 인체에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
대체로 복용 초반에는 효과가 좋지만 계속 먹으면 금세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큰 효과를 얻을 목적으로 한번에 많이 먹을 경우 어지러움, 두통, 배탈 설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분명 효과가 있지만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운동과 식이를 하면서 가끔씩 적당히 먹는 것을 추천한다.
2. 카테킨-카페인(녹차 추출물)
카테킨은 요새 항산화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이다. 카테킨이 항산화기능을 통해 노화방지와 항염증, 항암 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카테킨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이어트 목적의 카테킨은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주로 카페인과 같이 먹는다. 카테킨-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감량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체중이 빠지는 정도가 연구마다 일정하지 않고 효과가 없는 경우도 좀 있으며 그나마 살이 빠지는 것도 카페인이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카테킨 자체의 다이어트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다.
평소에 커피나 녹차 에너지 음료등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경우에는 이 카테킨-카페인 섭취로 아주 약간의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 카페인 음료를 즐겨 마시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미 몸에 카페인이 넘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카테킨-카페인을 따로 섭취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카테킨 자체는 몸에 유익한 물질이니 건강을 위해 섭취할 가치는 충분하지만 다이어트 목적으로는 이용하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3. 시서스
시서스는 남미 지역에서 자라는 열대 식물이다. 최근에는 좀 잠잠해진 것 같은데 2020년대 초반만 해도 시서스에 포함되어 있는 퀘르세틴과 이소람네틴이 지방흡수를 억제한다는 광고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일단 퀘르세틴과 이소람네틴은 꽃잎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이다. 이 두 물질은 앞서 말한 카테킨처럼 항산화 작용이 주역할인 물질이며 딱히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 시서스를 일정기간 섭취했더니 유의미하게 체중이 감소했다는 논문이 있긴 한데 이게 카메룬에서 발표된 논문인데다 연구 방법도 의문 투성이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천연 시서스에 포함된 퀘르세틴과 이소람네틴은 함량이 너무 적어서 다이어트건 항산화건 아예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퀘르세틴과 이소람네틴을 농축한 시서스 추출물을 따로 파는데, 이 추출물은 가격이 정말 아름답게 비싸다;;;;
시서스 열풍이 금방 잠잠해진건 다 이유가 있다. 그나마 시서스 추출물의 가격이 충분히 내려간다면 다이어트가 아니라 항산화 효과를 기대하고 섭취해볼 수는 있겠다.
4. 잔티젠
잔티젠은 미역 등에서 추출한 후코잔틴과 석류씨에서 추출한 퓨닉산을 혼합한 물질이다. 이 잔티젠은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서 먹기만 하면 자동으로 칼로리 소모가 발생한다고 한다. 심지어 자기 직전에 이 잔티젠을 먹으면 자는 동안 (8시간 기준으로) 무려 400칼로리가 소모된다는 광고도 있다. 이 말이 맞다면 잔티젠은 정말 엄청난 기적의 다이어트 물질인 셈이다. 과연 그럴까???
잔티젠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2010년 논문이 있고 국내에서 2012년에 발표된 논문이 있다(링크 참조). 하지만 2010년 논문에서는 딱히 기초대사량이 증가한다고 볼만한 내용이 없고 이 연구만으로 잔티젠의 효과를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후속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도 붙어 있다. 한편 2012년 발표된 국내 논문은 비만을 유도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이 결과가 인체에도 유효할지는 미지수이다. 이후에 특별한 연구가 없는 것을 보면 학계에서나 산업계에서나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후코잔틴과 퓨닉산 모두 기초대사량 증가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물질이며 서로 섞는다고 해서 특별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물질도 아니다.
사실상 사장된 물질인 잔티젠이 왜 갑자기 2020년대 한국에 등장해서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팔리고 있을까? 이유는 알 수 없다.
물론 연구 결과가 많지 않다고 무조건 효과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자는 동안 400칼로리가 소모된다는 식의 환타지스러운 이야기는 부디 믿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에 그런 약이 있으면 누가 비만으로 고생하겠는가? 실컷 먹고도 자기 전에 약 한알만 먹으면 다 해결되는데.
5. 공액 리놀레산(CLA)
CLA는 오메가-6 지방산으로 간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증가시키고 반대로 콜레스테롤 합성은 억제해서 전체적으로 체내의 콜레스테롤 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에서 흡수한 콜레스테롤은 재활용되지 않고 그대로 소장을 통해 몸밖으로 배출된다. CLA의 작용 기전은 연구로 확인되어 있으며 CLA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도 있다.
CLA도 이론적으로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다만 그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고 사람에 따른 편차도 크기 때문에 CLA만 섭취하는 것으로는 유의미한 다이어트 효과를 얻기 힘들다. 운동과 식이를 병행하면서 보조적으로 섭취하도록 하자.
또 CLA는 지방성분이기 때문에 많이 먹을 경우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 혈액응고 방해나 간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섭취를 중단해야 된다.
6. MCT 오일
이 물질은 다이어트 외에 다른 관점에서도 다룰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에 조만간 따로 다룰 생각이고 여기서는 간단히 쓰겠다. MCT(Medium Chain Triglyceride, 중쇄지방산) 오일은 지방이긴 하지만 탄화수소 사슬의 탄소 수가 8개나 10개인 지방으로 탄소 수가 14개 이상인 일반적인 지방보다 사슬 길이가 짧다. 그래서 섭취했을 경우 지방으로 저장되지 않고 탄수화물처럼 바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특징이 있다(물론 얘도 너무 많이 먹으면 얄짤없이 지방으로 저장된다).
이 MCT오일은 코코넛오일이나 팜유 등에 많게는 6~8%가 포함되어 있는데 최근에는 MCT오일만 추출해서 정제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커피에 MCT 오일을 섞어 만든 소위 ‘방탄 커피’가 다이어트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카페인이 MCT오일의 케톤체 형성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샐러드나 요거트 등에 MCT 오일을 섞어서 먹기도 한다. 다만 끓는점과 발화점이 낮기 때문에 튀김이나 볶음용으로는 부적절하다.
MCT오일의 특징은 탄수화물처럼 즉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면서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MCT 오일은 분해과정에서 케톤체라는 중간물질을 형성해서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이 과정이 탄수화물의 해당과정으로 인한 에너지 생성과정보다 훨씬 빠르고 심지어 에너지 효율도 높다. 때문에 운동이나 고강도의 노동을 하기 직전에 빠르게 에너지를 보충하는데 유리하다. 게다가 지방이긴 하지만 섭취하면 바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니까 체지방으로 축적되지도 않는다.
이 외에도 MCT오일은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는 상당히 유용한 물질이지만 그렇다고 MCT 오일이 다이어트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다른 다이어트 활동 없이 MCT 오일만 추가해서 먹는다고 살이 빠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 따라서 운동이나 케톤 식이등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 MCT오일도 복통, 위장 장애, 설사 등을 비롯한 각종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좋다고 함부로 많이 먹으면 안된다.
7. 결론
앞서 언급한 물질 외에도 많은 보조제가 있지만 일단 많이 알려진 6가지 물질만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보시다시피 시중의 다이어트 보조제 대부분이 실제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며 설령 효과가 있다고 해도 사람마다 편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이론적으로나마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물질은 HCA, CLA, MCT오일 정도이며 이들도 단독으로는 다이어트 효과를 얻기 어렵고 반드시 운동과 식이조절 같은 통상적인 다이어트를 하면서 섭취를 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었다면 이제부터 다이어트가 쉽다는 생각은 버리도록 하자. 살과의 싸움은 ‘싸움’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어렵다. 또 어렵게 정상 체중을 회복했다고 해도 이걸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싸움 뿐만 아니라 수성도 어려운 것이 바로 다이어트이다.
할거 다 하면서 약 한두가지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인류는 비만의 공포에서 진작에 해방됐을 것이며 그 약의 개발자는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다. 아직까지 다이어트에서 기적은 없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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