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이슈

9월에도 계속되는 한반도 무더위의 주범은 바로 열돔 현상

파죨리 2024. 9. 19.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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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날이 2024년 추석 연휴 마지막날(9월 18일)인데 오늘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최고 34도까지 올라갔으며 동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이런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여름 한때 심하게 더웠던 기억은 많지만 추석때까지 이렇게 무더운 날씨를 겪은 기억은 없다.  실제로 2024년의 폭염은 특히 지속성 측면에서 유래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온이 높더라도 습도가 낮으면 그나마 쾌적할텐데 습도까지 높아서 정말 견디기 힘들다. ㅠ

이렇게 장기간 한반도에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바로 한반도를 감싸고 있는 '열돔 현상' 때문이다. 열돔(heat dome)은 상층부의 더운 공기가 돔(dome) 형태로 지상을 덮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시절에 지구의 대기권이 대류권/성층권/중간권/열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이 중에 기상현상과 관련 있는 것은 대략 지상 10~12키로 높이까지 존재하는 대류권인데, 열돔 현상은 고도 5~7㎞의 대류권층과 고도 10~11㎞의 대류권 경계층에 동시에 고온의 고기압층이 형성되었을 때 발생한다. 

한반도에 발생하는 열돔 현상


한반도의 경우 위 그림처럼 대류권 경계층에는 고온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유입되고 5~7km 층에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유입된다. 고기압이 형성되면 주변보다 기압이 높기 때문에 공기가 하강하게 되는데, 고기압이 두개가 되면 하나일 때보다 하강기류가 더 강해지기 때문에 더운 공기가 지면으로 대거 하강하고 반대로 더운 공기가 상승하는 것은 억제된다. 때문에 일단 열돔이 형성되면 형성되지 않았을 때보다 최고 10도까지 기온이 올라간다.

열돔 현상을 나타낸 그림


그런데 이 열돔 현상은 올해에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며 여름철마다 한반도에 꽤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다. 가까운 과거인 2018년 과 2021년 여름에도 열돔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 때도 폭염이 심하긴 했지만 올해처럼 추석때까지 폭염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왜 2024년의 열돔 현상은 예전처럼 금방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끈질긴 것일까?

열돔현상은 보통 강력한 태풍이나 상층부의 제트기류에 의해 사라지게 된다. 태풍의 본질은 강한 저기압이기 때문에 충분히 규모가 크면 열돔을 깨뜨릴 수 있다. 2018년의 열돔이 8월 말에 발생한 태풍 솔릭에 의해 무너졌다. 제트기류는 대류권 경계부에 나타는 강한 공기의 흐름인데  이 흐름으로 공기를 뒤섞으면서 대류권 경계부에 형성된 고기압을 약화시킨다. 

그런데 2024년의 열돔이 추석때까지도 건재한 이유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제트기류가 상당히 약해진데다 한반도에 근접한 태풍들의 규모가 고만고만했기 때문이다. 2024년에 발생한 태풍 종다리-산산-버빙카는 열돔에 막혀서 한반도 쪽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일본이나 베트남쪽으로 우회했으며 이 과정에서 오히려  한반도쪽에 수증기와 더운 공기를 공급하면서 열돔을 강화시키는 역효과만 일으켰다. 물론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간 것 자체는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태풍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트기류가 계속 약해지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제트기류가 발생하는 원인은 위도별 공기의 온도차이인데, 지구온난화에 따라 극지방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역의 기온차가 줄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지구 곳곳에서 더 심한 열돔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내년 여름에는 얼마나 폭염이 심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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