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이슈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대 열풍 - 의대는 전문직 최후의 보루?

파죨리 2024. 9. 1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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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 발표된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의대 광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수시에서 확인된 '의대 열풍'…평균 경쟁률 23.8대 1


대한민국의 인재들이 삼성 현대같은 우리나라 최고의 직장도 외면하고 의대 진학에 도전하고 있고 교사를 비롯한 일선 공무원들도 의대 입시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면 상사와 부하직원이 의대 동기가 될 수도 있고 선생님하고 제자가 동기로 의대에 입학하는 일도 생길 수도 있겠다. 
 
심지어 치대 한의대 약대같은 전문직 학과도 입시에서 떨어진 의대 지원자들이 보험용으로 입학하는 학과가 되고 있다. 최근 한의대와 치과대 1학년 학생들의 휴학률이 계속 역대 최고를 갱신하고 있다는데 이 휴학생들은 모두 의대 진학을 노리고 반수를 선택한 학생들이다. 전국에서 제일 의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가 서울대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ㄷㄷㄷ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서 동맹 휴학한 기존의 의대생들까지 의대 입시 열풍에 가세했다. 이 참에 자신이 다니는 의대의 이름값을 높여보자는게 목적인데, 지방 의대를 다니다가 휴학한 학생들은 이 참에 인서울 의대로 오겠다고 다시 수능공부를 하고 자기들끼리 스터디그룹까지 조직했다고 한다.
 
사실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치과의사, 한의사, 약사 등 한국에서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졌던 거의 모든 전문직종은 21세기 이후 위상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간의 인력 누적과 정원 확대 등으로 종사자의 수가 꾸준히 늘어서 희소가치가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은 업종 종사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값과 소득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의대의 위상만은 아직도 굳건한데, 이게 의사라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의대는 분과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각 분과에 따른 수요가 개별적으로 존재한다.  여기에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사 수가 증가하는 만큼 의료에 대한 수요도 계속 증가해 왔으며 한국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 증가세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다른 전문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과 반대로 의사에 대한 기대치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의대 정원을 늘려서 의사 수를 늘린다면? 일단 정부에서 의대 정원을 늘린 명분 자체는 나름 일리가 있다. 의사 수 자체를 크게 늘려서 현재 인력부족으로 고사 직전인 지방의료와 공공의료 분야의 의사를 충원하고 외과 소아과 등의 비인기과를 전공하는 의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단순 무식하게 의사 수만 늘려서는 절대  이런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 현재 특정 인기 전공과에만 의사가 몰리고 지방의료와 공공의료가 고사 상태인 것은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의료보험정책과 열악한 지방 의료 인프라 등이 근본원인이다.  정책적으로 이런 부분만 제대로 해결한다면(물론 해결하는게 쉽지 않긴 하다) 굳이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더라도 부족한 분야와 장소에 충분한 수의 의사를 배치할 수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OECD 최하 수준이라고 주장하는데 각 나라의 의료체계는 매우 다르고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전체 의사수만 가지고 따지는 이런 통계는 큰 의미가 없다.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로 의사 수만 늘려 놓으면 소위 피안성으로 대표되는 인기 전공과목에 대한 경쟁률만 더 높아질 뿐 필수 의료인력의 부족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교수진과 교육시설을 제대로 확충하지 않은 상태로 급하게 정원만 늘려놓았으니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하지만 정부 못지 않게 답답하고 무능한 의사 협회는 토론과 협상 등을 통해 국민들을 제대로 설득하는 대신 대정부 강경투쟁만 고수하고 있는데......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의료정책을 논하는게 아니라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어쨌거나 일단 의대 정원이 크게 늘어났으니 공부를 잘하거나 잘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의대에 도전해볼만한 상황이 되었다.  기존 수험생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 대기업 직원, 공무원, 심지어 휴학한 의대생들까지 가세해서 2025년 입시는 어디로 흘러갈지 도저히 알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무리한 정원확대가 이후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직접적인 의료 관계자가  아닌 나같은 사람은 일단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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