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이슈

내한공연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세계적인 소프라노

파죨리 2024. 9. 1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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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8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출연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돌발 행동이 화제이다.

 

뉴스데스크에 나온 안젤라 게오르규

 

사건의 전개는 이렇다. 테너 김재형이 토스카의 유명한 테너 아리아  ‘별이 빛나건만’을 부른 후 관객들이 비스(bis, 오페라 공연 중의 앵콜)를 외치자 즉석으로 이 아리아를 한 번 더 불렀는데, 이 때  게오르규 누님이 무대에 난입해 “이건 리사이틀이 아니다. 나를 리스펙하라”고 영어로 소리쳤다고 한다. 당연히 공연 분위기는 식어버렸겠지. 이후 공연 자체는 어찌저찌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이미 망한 분위기는 되살릴 길이 없었다. 게오르규 누님은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에 응하지 않다가  한참만에 나왔는데 야유를 받자 다시 들어가버렸다. 당연히 관객들은 화가 났고, 일부 관객은 환불을 요구했고 주최측은 게오르규측에 사과를 요구하겠고 하는 등  공연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지만 이 공연이 게오르규의 마지막 내한 공연이 될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보인다. 


***

 

월드 클래스의 가수들이 대체로 그런 성향이 있지만 게오르규는 특히나 비위 맞추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은 가수 중 한명이다. 이 분은 예전부터 컨디션이 안좋다, 상대 가수의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 등의 별것 아닌 이유로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일이 많았다. 한국은 세계적인 가수를 오페라 무대에 세운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VIP 접대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측면이 있는데, 이런 분들은 일단 모셔왔다면 싫건 좋건  심기 경호까지 잘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이 분이 1965년생이니까 2024년 현재 59살이다. 1994년 데뷔한 이후 역대급 베르디/푸치니 가수로 각광받았는데, 2010년대 초반까지가 정점이었고 환갑을 앞둔 현재는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토스카 공연에서도 클래스는 여전했지만 과거의 목소리는 아니었다는 의견이 많다.
전성기 시절에는 공연과 녹음 스케줄이 꽉 차 있었기 때문에 오페라 변방(?)인 한국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겠지만 몇년 전부터 종종 내한해서 리사이틀도 개최하고 그랬다.

문제는 전성기는 지났지만 자부심과 스타의식은 여전히 전성기 시절 그대로라는 것이다.  일단 정상에 올랐던 사람이 더 이상 정상의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보통 시간이 좀 걸린다. 심지어 죽을 때까지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본인은 일종의 봉사(?)를 하는 입장에서 변방의 오페라 무대까지 친히 납셨는데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비스를 하고 그러니까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렇다고 굳이 기분을 드러내서 흥겹게 진행되고 있는 공연을 망치는건 당연히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다.

 

이미 여기저기에서 게오르규에 대한 성토가 엄청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굳이 더 비난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게오르규의 팬 입장에서 바램을 이야기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게오르규는 전성기 시절에 많은 것을 이루었으며  현재에도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호소력이 있다. 과거보다는 못할지 몰라도 한물 간 퇴물 가수는 절대 아니다. 다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는 대신 슬슬 내려놓을 것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될 시기이다. 한국에서 다시 그녀를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잡고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마지막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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