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적으로 날씬한 국가이다. OECD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비만율이 낮고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최저 수준의 비만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당뇨병 발생빈도는 비만도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제부터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1. BMI에 대해
한국의 비만율을 논하기 전에 우선 비만율의 기준이 되는 BMI에 대해 알아보자. BMI(Body Mass Index)는 한국말로 체질량지수라고 하는데, 계산법은 (몸무게) ÷ (키)² 이며 이 때 몸무게 단위는 kg, 키의 단위는 m이다. 예를 들어 키 170cm인 사람의 몸무게가 70Kg이라면 이 사람의 BMI = 70 / (1.7 m)² = 24.2(kg/m²) 가 된다. 이 BMI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키와 체중만으로 간단하게 구할 수 있어서 현재까지도 비만도를 판단할 때 가장 널리 이용되는 지수이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의하면 BMI 18.5 이하는 저체중, 18.5 ~ 25의 경우 정상 체중, 25 ~ 30의 경우 과체중, 30 ~ 35의 경우 I단계 비만(경도 비만), 35 ~ 40의 경우 II단계 비만(중등도 비만), 40 이상의 경우 III단계 비만(고도 비만)에 해당된다. 다만 이 기준은 서양 국가에서만 통용되고 아시아에서는 조금씩 다르다. 한국에서는 2018년에 개정된 비만진료지침에서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으니 참고삼아 알아두자. 비만율 통계를 볼 때 세계보건기구와 한국에서 집계한 비만율 수치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BMI와 비만율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기회 닿으면 따로 하고 일단 넘어가겠다.
2. 한국의 비만율은 세계 최저 수준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에 따른 한국의 비만율은 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낮으며(일본은 4%) 전세계 국가로 확대해 보아도 거의 최하위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의 비만도가 매우 낮은 것은 특유의 소식(小食) 문화 덕분이다.
이처럼 한국의 비만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주요국가 대비 육류 소비가 낮고 당류 섭취도 낮기 때문이다(당류는 설탕이나 과당, 올리고당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위생관념이 높고 건강에 대한 교육도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어서 국민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물론 한국도 식습관이 바뀌면서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추세를 보면 우려스러운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세계 기준에서 보면 비만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편이다.
3. 하지만 당뇨 유병률은 상당히 높다
이렇게 한국은 비만율이 낮지만 당뇨 유병률은 사정이 다르다. 2021년도 국가별 당뇨 발병 통계를 보자.
2021년 주요 국가의 당뇨 유병율
보시다시피 한국의 당뇨 유병률은 꽤 높은 편으로 프랑스와 동일한 8.6%이며 유럽의 웬만한 국가들보다 높다. 심지어 일본은 한국보다 더 비만률이 낮은데도 당뇨 유병률은 한국보다 훨씬 높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당뇨 유병률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의 췌장 기능이 서양인들보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2019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체격이 비슷한 한국인과 서양인 43쌍의 췌장을 최첨단 CT로 촬영해 비교·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의 췌장은 서양인 보다 12% 작고, 췌장 내 지방 함량은 23% 더 많았다. 이로 인해 한국인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은 서양인보다 36.5% 더 낮았다. 관련 기사
이런 이유로 탄수화물을 섭취했을 때 한국인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식에 대한 방어능력이 약하고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기 쉽다. 한국에 몸무게 200키로가 넘는 초고도비만 환자가 별로 없는 이유가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소화기능 때문이다. 만약 한국 사람이 몸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과식을 한다면 이런 몸무게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하거나 소화기능이 망가져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게 된다. 또 한국의 바디빌더를 비롯해서 체중 증량이 필요한 운동 선수들 중에 벌크업 과정에서 종종 당뇨에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약물 복용 등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서양인들에게 맞춰진 식이요법을 그대로 적용했다가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는 바람에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인이 당뇨가 많은 또 한가지 이유로 술 권하는 문화가 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의 술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다량의 알콜은 췌장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에 췌장기능을 떨어뜨리고 심하면 췌장염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4. 당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뇨는 일단 발병하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이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아쉽게도 당뇨를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이 상대적으로 당뇨에 취약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섭식에 신경을 쓰는게 유일하고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엇보다 술을 줄여야 하지만 현실은......ㅠㅠ 특히 당뇨병은 유전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조심해야 된다.
애초에 BMI 지수는 키와 몸무게만 고려한 수치이기 때문에 체지방율이나 근육량 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BMI가 정상범위이더라도 혈당과 체지방률이 높은 경우에는 당뇨와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때문에 혈당과 체지방율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몸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새 저렴하고 쓰기 간편한 체지방저울과 혈당측정기가 많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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