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GLP-1 및 GLP-1 유사체의 기능과 다이어트 효과 대해 설명했다.
이전 글에서는 주로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었는데 이 글에서는 좀더 직접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다이어트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각광받고 있는 삭센다, 위고비, 젭바운드 이 3가지 GLP-1 유사체의 특징과 장단점을 비교해 본다. 치료효과가 가장 크다고 알려진 젭바운드는 2024년 11월 현재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는데, 언젠가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참고삼아 알아두도록 하자.
1. GLP-1 유사체의 공통적인 특징
(1)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
현재 다이어트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는 GLP-1 유사체는 공통적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켜서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GLP-1 유사체는 원래 당뇨병 치료약으로 개발되었는데 체중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 응용된 것이다.
GLP-1 유사체가 등장하기 전에도 펜터민(상표명 디에타민)과 펜디메트라진(상표명 푸링)과 같은 식욕억제를 유도하는 약물이 있었으며 현재에도 쓰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식욕억제제는 모두 향정신성 약물이기 때문에 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있으며 장기간 복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각한 정신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서 4주 이상의 장기 복용은 추천되지 않는다. 반면 GLP-1 유사체는 향정신성 약물이 아닌 호르몬 작용제이기 때문에 의존성이나 정신장애 등의 우려가 없으며 장기간 사용도 가능하다.
기존 식욕억제제의 체중감소 효과가 5% 수준이었던 반면 GLP-1 유사체는 임상실험에서 최대 20.9%까지 체중감소효과가 나타나서 기존의 식욕억제제에 비해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이어트 분야에서 약물만으로 20% 이상의 감량효과를 달성했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사건이다. 다만 이런 효과는 기본적으로 GLP-1 유사체가 장기간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체중 감량 효과를 보려면 1년 이상의 장기 투여가 필요하다.
(2) 부작용
이처럼 GLP-1 유사체는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서 기존의 식욕억제제를 확실하게 대체할 수 있는 다이어트 약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에 사용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부작용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GLP-1 유사체를 비만 치료제로 사용하는 경우 당뇨 치료제로 쓰는 경우 대비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투여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당뇨 치료제로 활용할 때 나타나지 않았던 각종 부작용들이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GLP-1 유사체의 공통적인 부작용은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소화불량, 메스꺼움, 구토, 설사 또는 변비 등이 있다. 또 동일 성분의 당뇨 치료제보다 투여 용량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저혈당증도 주의해야 된다. 또한 매우 드물게 췌장염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와 마찬가지로 GLP-1 유사체 역시 투약을 중단한 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체중이 다시 불어나는 요요현상이 관찰되었다. 그래도 GLP-1 유사체는 장기간 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요요현상에 대한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꾸준히 관리를 하지 않고 GLP-1 유사체에만 의존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이어트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3) 비싼 치료비와 투여 방법의 문제
GLP-1 유사체의 가장 큰 문제는 비싼 치료비용이다. 미국 기준으로 한달 치료비가 100만~20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일반사람들이 선뜻 치료받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이보다는 치료비가 저렴하지만 역시나 만만치 않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치료비 문제는 특허기간이 만료된 후 제네릭이 출시되면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GLP-1 유사체는 기본적으로 일반 화학 약물이 아니라 아미노산 결합으로 이루어진 펩타이드이기 때문에 제조단가 자체가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또 GLP-1 유사체가 경구 투여약이 아니라 주사제라는 것도 환자에게 부담을 주는 요인 중 하나이다. 특히 삭센다는 매일 주사를 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부담스럽다. 다만 경구 투여용 GLP-1 유사체가 출시되거나 개발 중에 있어서 이 문제도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2. 삭센다, 위고비, 젭바운드의 비교
3가지 비만치료제 중 삭센다와 위고비는 GLP-1 수용체에만 작용하지만 젭바운드는 GLP-1과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이전 글 참고). 세 물질이 작용기전뿐만 아니라 체내 지속시간도 다르므로 투여횟수와 방법, 용량, 효과 등이 모두 다르다. 중요한 특징과 차이점에 대해 최대한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1) 국내 출시 현황
삭센다는 2017년 7월에 한국에 출시되었으며 위고비는 2024년 10월에 출시되었다. 젭바운드는 2024년 6월에 당뇨치료제(당뇨치료제의 이름은 마운자로이다)로 식약청의 승인을 받은데 이어 7월에는 비만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지만 국내 출시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현재 한국에서 GLP-1 비만 치료제의 1달 치료비는 삭센다가 대략 30~40만원, 위고비가 대략 45~60만원 선이다. 삭센다의 경우 2024년 11월에 특허가 만료되므로 2025년 이후 제네릭 출시를 통한 치료비 절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반면 위고비의 경우 미국-유럽 특허가 2032년, 일본 특허는 2031년, 중국 특허는 2026년에 만료되므로 한국에서 제네릭이 출시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젭바운드(마운자로)는 조성물 특허가 2039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당분간은 저렴한 치료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2) 투여방법
위의 사진에 보는 것처럼 GLP-1 다이어트 치료제는 모두 펜 형태의 주사제로 만들어져 있다. 삭센다와 젭바운드는 펜 하나로 되어 있으며 다이얼로 1회 투여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위고비는 0.25mg에서 2.4mg까지 5단계 용량별로 별도의 펜이 있다.
삭센다는 체내 지속시간이 13시간인반면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1주일에 달한다. 따라서 삭센다는 1일 1회 주사를 해야 되는 반면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1주일에 1회만 주사하면 된다. 세 약물 모두 처음에는 저용량으로 시작해서 점차 투여량 늘려 대략 1~2개월 사이에 최대치에 도달한다. 이처럼 저용량으로 시작해서 투여량을 증가시키는 이유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함이다. 즉 신체가 약물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낮은 용량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아래 표에 나와 있는 투약기간은 다이어트 효과가 발현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며 제대로 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기간을 더 투여해야 한다.
위고비의 경우 주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구투여약인 리벨서스(Rybelsus)가 개발되었는데 아직 한국에 출시되지는 않았다. 리벨서스는 1주일에 한번만 투여하는 위고비와 달리 매일 먹어야 한다.
(3) 치료효과
임상실험을 통한 투여효과는 삭센다가 7.7%, 위고비가 14.9%, 젭바운드가 20.9%로 일단 숫자만 보면 젭바운드가 가장 체중 감량효과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약 별로 투약기간에 차이가 있고 실제 임상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결과만 놓고 어느 치료제가 가장 효과가 좋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어떤 약물이건 최소 1년을 투여해야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는데 비만 역시 당뇨나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기 때문이다.
한편 해당 임상실험의 참가자들은 모두 BMI가 27 이상으로 한국에서는 비만으로 분류되는 유형의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BMI 25 이하의 과체중이나 정상체중 범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체중감량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 만약 자신이 정상체중인데도 좀더 체중을 줄이고 싶어서 GLP-1 치료제를 투여하려고 한다면 당장 서두르지 말고 재고해 볼 것을 권한다.
개인간 치료효과의 편차도 살펴봐야 하는데, 위고비의 경우 임상실험에서 투여기간 동아 체중 감량효과가 5% 이하로 나타난 사람이 대략 10~15% 정도인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이 중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3개월 이상 장기간 투여했는데도 뚜렷한 효과가 없다면 약 종류를 변경하거나 중단하고 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GLP-1 유사체가 유도하는 다이어트 효과의 근간이 식욕저하와 포만감이므로 만약 1달 이상 투여했는데도 식욕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약물의 효과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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