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당뇨약에서 유래한 다이어트약들이 다이어트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강력한 비만치료제로 떠오르고 있는 위고비가 2023년 4월 식약처에서 승인을 받은 후 2024년 10월에 드디어 국내 판매가 시작되었다. 판매가 개시되자마자 벌써부터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정도로 기세가 대단하다. 이 위고비 열풍에 힘입어 기존에 유통되고 있던 삭센다의 판매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또 식약처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은 젭바운드(마운자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당뇨약에서 유래된 다이어트약은 모두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 유사물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이 GLP-1와 GLP-1 유사체의 작용 원리에 대해 알아보고 현재 시판된 제품들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꼭 필요한 내용 위주로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알아보자.
1. GLP-1 호르몬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인체의 소장(특히 L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주로 음식 섭취후에 분비된다. 이 GLP-1은 혈당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뇨병 치료제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후 GLP-1이 혈당조절 외에도 체내에서 식욕억제를 비롯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다이어트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GLP-1은 신체의 여러 기관에 작용하여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GLP-1이 간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관련기사 한마디로 일석다조(一石多鳥)의 효과가 있는 물질로 각광받는 중이다.
치료의 관점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GLP-1의 중요한 기능은 세가지이다.
(1) 인슐린 분비 촉진
GLP-1은 혈당이 상승했을 때 췌장의 베타 세포를 자극하여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킨다. 반대로 췌장의 알파 세포에서 분비되는 글루카곤의 분비는 억제해서 간에서 포도당 의 합성 및 방출을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혈당이 낮아진다.
(2) 위 배출 속도 감소 및 식욕 억제
GLP-1은 위장의 음식 배출 속도를 늦춰 혈당 상승을 완화하며 포만감을 증가시킨다. 또 혈류를 타고 중추신경계(특히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한다.
(3) 심혈관계 보호
GLP-1이 심혈관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도 확인되었는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정확한 기전은 잘 알지 못한다. 다만 GLP-1은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의 농도를 감소시킨다. 또 신장을 통해 나트륨의 배설을 촉진한다. 이런 작용을 통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식후 중성지방과 혈당 수치, 혈전이나 염증을 감소시키고 혈관내피세포의 손상을 막아준다. 이런 복합적인 역할을 통해 심혈관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2. GIP 호르몬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는 GLP-1보다 먼저 발견된 호르몬으로 소장에서 주로 분비되는 GLP-1과 달리 십이지장 점막의 K세포에서 주로 분비된다. 흔히 GIP와 GLP-1을 합쳐서 인크레틴(incretin)이라고 한다. GIP는 고혈당 상태일 때와 저혈당 상태일 때의 작용이 다른데, 정상혈당 또는 저혈당 상태에서는 포도당의 생성을 촉진하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자극하는 반면 고혈당 상태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데 이 때 GLP-1과 달리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하지는 않는다.
당뇨 및 다이어트와 관련된 GLP-1과 GIP의 기능을 요약 비교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GIP에 대한 췌장의 민감도가 감소하여 인슐린 분비효과가 떨어진다. 또 GIP는 글루카곤 분비를 촉진해서 지방생성을 유도하며 특별히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증가시키지도 않는다. 때문에 GIP는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 물질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최근에 GLP-1과 GIP의 작용이 동시에 증가할 경우 당뇨 및 비만의 치료 효과도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GIP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GLP-1과 GIP의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티르제파타이드인데 아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3. GLP-1 유사물질의 개발
앞서 보았듯이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포만감을 증대시켜 체중감소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신체에서 생성된 GLP-1(및 GIP)은 2분 이내로 사라지는데, 위의 그림에 있듯이 다이펩티딜펩티데이즈-4(DPP-4)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DPP-4의 작용을 억제해서 GLP-1의 지속시간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연구되었다. 실제로 DPP-4 억제제는 당뇨치료제로 개발되었으며 현재에도 시판되고 있다. 하지만 이 DPP-4 억제제는 기존의 당뇨치료의 대명사인 메트포르민(Metformin) 대비 특별히 치료효과가 뛰어나지 않은데다 부작용은 더 크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널리 쓰이지는 않는 편이다.
그래서 GLP-1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지속시간이 긴 GLP-1 유사물질의 개발이 추진되었고,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리라글루타이드이다. 리라글루타이드는 덴마크의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해서 주사제로 출시되었으며 삭센다라는 상품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리라글루타이드는 GLP-1과 같은 작용을 하면서도 지속기간이 13시간이나 되기 때문에 하루에 1번만 맞으면 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막강한 물질이 등장했다. 역시나 노보 노디스크에서 개발한 GLP-1 유사체로 '위고비'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세마글루타이드이다. 이 세마글루티드는 지속시간이 무려 1주일이나 되며 효과도 리라글루티드보다 뛰어나다. 2024년 10월에 드디어 한국에서도 출시가 됐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데 이보다 더 강한 놈이 나타났다. ㄷㄷㄷ 이 물질은 GLP-1 작용 효과 뿐만 아니라 GIP 작용 효과까지 증대시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앞서 언급한 티르제파타이드이다. 이 티르제파타이드는 미국의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 앤드 컴퍼니가 개발했으며 당뇨 치료약으로는 마운자로, 비만 치료약으로는 젭바운드라는 상표명으로 출시되었다. 이 티르제파타이는 위고비보다 당뇨 및 비만 치료효과가 한층 더 뛰어나다.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일단 여기서는 삭센다, 위고비, 젭바운드에 대해 간단한 소개만 하고 이 세 GLP-1 유사물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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