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몇몇 치과에서 광고하고 있는 30만원 임플란트가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30만원이면 가격 파괴를 넘어 상식을 파괴하는 수준의 치료비이기 때문에 치과의사라면 자연스럽게 ‘도대체 저렇게 치료비를 받아서 어떻게 먹고 살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임플란트는 한국에 도입되었을 당시 최소 2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시술이었는데 임플란트 관련 기술의 발전과 치과의 증가로 인한 경쟁 등으로 점점 시술비가 저렴해지는 추세이다. 그간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시술비 하락 속도가 정말 빠른 편이다.
시술비가 낮아지는 것 자체는 치과 입장에서도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임플란트는 만족도가 높은 치료이고(제대로 심는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치료 계획을 세우기도 쉽기 때문에 비용적인 진입장벽을 낮춰서 임플란트 시술을 늘리는 걸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임플란트 재료와 식립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식립비용 자체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상태이다.
문제는 하락의 속도와 정도이다. 59만원 임플란트가 등장했을 때까지는 그냥 박리다매를 표방하면서 환자들을 끌어모으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했다. 치료만 잘 한다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아서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30만원 임플란트는 박리다매 수준이 아니라 아예 치료 원가를 잠식하는 수준이다. 상식적으로는 이렇게 심으면 많이 심을수록 손해가 커지기 때문에 치과 운영이 불가능하다. 손해를 보면서 어떻게 직원들 월급주고 월세를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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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30만원에 임플란트 시술이 가능한지 한번 계산을 해 보았다. 현재 치과계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재료와 시술방법을 총동원하면 어찌어찌 30만원 정도에 심을 수는 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이렇게 심으면 당연히 치료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환자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치과의사라면 절대 이런 엽기적인 원가절감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이익을 남기지 않고 환자들에게 저렴한 시술을 하려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저렇게 네이버와 지하철에 대대적인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바로 입소문이 나서 환자들이 알아서 줄을 설텐데 뭐하러 굳이 광고를 하나. 저 비싼 광고비도 결국은 환자들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거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나름 납득이 가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결국 임플란트를 미끼상품으로 해서 환자들을 유인한 후 다른 방법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이 포인트이다.
당연히 이렇게 되면 치료가 왜곡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돈이 안되는 일에는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치과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임플란트가 미끼상품이 되면 치료를 할 때도 딱 그 정도 수준의 관심만 기울일 것이다. 싼 맛에 이런 치료를 기꺼이 받겠는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치료비가 상식 이하로 싸다면 반드시 싼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 덥썩 치료를 받기 전에 한 번 의심을 해보기를 권한다. 치과가 난립하면서 환자들이 좀더 현명해져야 되는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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