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치과 이야기

치과에서 제일 어렵고 제일 중요한 치료는 신경치료이다

파죨리 2024. 9. 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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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치료(endodontic treatment)는 감염이 일어났거나 손상된 치아 내의 신경(치수)을 제거하는 치료로 보통 이가 많이 썩거나 크게 깨지거나 갈라져서 치수가 외부로 노출됐을 때 신경 치료를 실시한다. 치수는 신경이긴 하지만 특별한 구조가 없고 면역기능도 없어서 일단 손상이 일어나면 잘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노출된 채로 방치하면 부패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치아 주변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따라서 일단 치수가 손상되었다면 반드시 제거를 해야 된다.

애초에 치수는 주로 영구치가 생성될 때 역할을 하며 일단 영구치가 완성된 후에는 보조적인 역할만 하기 때문에 제거를 한다고 해서 큰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종종 치수를 제거하는 대신 복구를 시도하기도 하는데 치수 노출 정도가 매우 적거나 성장 과정에 있는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1. 신경 치료는 어려운 치료인데도 쉬운 치료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신경치료는 아픈(시린) 증상을 없애는 치료 또는 신경을 죽이는 치료 정도로 알려져 있다. 보험이 적용되서 치료비가 싼 덕분인지 쉽고 간단한 치료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신경치료는 치과에서 널리 행해지는 치료이기 때문에 보험이 적용되는 것 자체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환자들이 치료비 때문에 이 중요한 치료를 꺼려한다면 치과의사들 입장에서도 매우 난감할 것이다. 문제는 보험 수가인데, 현재 신경치료의 보험수가는 치료 원가에도 못미치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할수록 손해가 발생한다. 이렇게 수가가 낮다보니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치료할 의욕이 안생기고 치료를 받는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치료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각설하고, 이 신경치료는 치과에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치료 중에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려운 치료 중 하나이다. 물론 다른 치료가 쉽거나 만만한건 결코 아니지만 이 신경치료는 아무리 치료를 열심히 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정말 어려운 치료이다. 아래 그림은 치아 내의 치수의 분포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그림만 이해해도 신경치료의 난이도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어금니의 다양한 치수의 형태


현실적으로 치아 내에 저렇게 퍼져 있는 치수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많이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치아를 뽑아서 외부에서 치료할 수 있다면 모를까(이런 치료방법이 있기는 있다) 접근에 제한이 있는 환자 입 안에서 치수를 제대로 제거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2. 신경치료는 치아를 뽑지 않고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치료이다 

치아가 살짝 썩었거나 조금 깨졌다면 신경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 썩은 곳을 긁어내고 적당한 재료로 메꾸면 된다. 환자 입장에서 신경치료는 아프고 무섭고 오래 걸리는 치료이고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어렵고 피곤하고 돈도 안되는(!) 치료이기 때문에 환자나 치과의사나 신경치료는 가급적 안하는게 좋다. 안하면 안되는 상황이 됐으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아무리 임플란트가 좋아도 자기 치아만큼 좋지는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생략하고, 신경치료는 치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치료이다. 그래서 힘들어도 치료를 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다. 만약 신경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신경치료를 잘 했는데도 치아가 계속 흔들리고 아프다면 발치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3. 신경치료를 받은 후 반드시 씌우라고 하는데 이게 맞나?

신경치료를 하느라 치아 위쪽에 구멍을 뚫었으니 이걸 메꾸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꼭 이를 깎은 후에 씌워야 되나? 이런 의문을 갖는 환자들이 많을 것이다. 신경치료 자체는 보험이 적용되서 비용부담이 없는데 신경치료를 끝내고 씌우는건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치과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불필요한 치료를 요구하는건 아닌가?

결론적으로 어금니와 작은어금니는 가급적 씌우는 것이 맞고 앞니는 경우에 따라 좀 다르다. 치아는 죽을 때까지 평생 사용하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스트레스를 고려해야 되기 때문이다. 

신경치료가 끝나면 정상 치아 대비 치질이 많이 없어진 상태가 된다. 애초에 신경치료를 받는 치료는 썩거나 파절되서 많은 치질손상이 발생한 상태이며 신경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추가적으로 일부 치질을 제거해야 된다. 이렇게 손상된 치아를 그냥 때워놓기만 하고 사용하면 잔존 치질에서 파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턱힘이 강한 남성들은 때워놓기만 하면 정말로 금방 망가진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음식을 씹어야 하는 어금니와 작은어금니는 치료가 끝난 후 적절한 재질로 만든 크라운을 잔존치질의 파절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다만 씹는 역할을 많이 하지 않는 앞니는 상황에 따라서 굳이 씌울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보철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렵게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1년도 안되서 이가 깨져버린다면 속상하지 않겠는가?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가 또 깨졌다면 그 때는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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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실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지만  치과의사의 사이에서는 보통 신경치료를 잘하는 치과의사를 명의로 인정한다. 정말 신경치료를 잘하는 치과의사는 정말 도저히 살릴 수 없을 것 같은 치아까지 살려낸다.  신경치료는 정말 어려운 치료이지만 잘만 된다면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매우 보람이 높은 치료이다.  그래서 치료비를 얼마 받지 못해도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해야 되는 치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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