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받는 건강검진이라 이번에도 별 생각없이 받았는데 간수치, 혈당 수치, 콜레스테롤, 혈압 등등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고혈압 초기에 고지혈도 있으며 무엇보다 당뇨 전단계란다. ㄷㄷㄷ 그간 아픈걸 모르고 살아서 너무 방심했나보다. 이제부터라도 술을 줄이고 먹는 것도 신경쓰고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 할텐데 과연 어떤 운동이 좋을까?
이런 경우 헬스가 가장 쉽고 현실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운동을 전혀 안했던 사람들에게 헬스장 문턱은 생각보다 높다. 일단 헬스장에 가기 두려운데다 막상 가서도 뭘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같이 다니면서 운동에 대해 알려줄 사람이 있으면 좋은데 당연히 그런 사람은 없고, 주변에 문의를 해보니 너무 막막하면 일단 PT를 받으라고 한다. 그런데 PT 비용이 만만치가 않은데다 트레이너를 잘만나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헬스장에 가기 두렵다.
이처럼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어떤 헬스장에 가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글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제대로 따지면 신경쓸게 정말 많지만 일단 이 정도만 확인하고 선택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1. 무조건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한다
헬스장은 거리가 깡패이다. 헬스장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또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사안이 바로 집(또는 직장)으로부터의 거리이다. 본인이 하루라도 운동을 안하면 불안에 떠는 헬스 매니아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지만 처음 헬스에 입문하는 헬스 초보라면 일단 접근성이 우선적인 판단기준이다. 평소 자신의 생활 동선에서 최대한 가까운 헬스장을 선택하도록 하자. 헬스 초보 입장에서 시설 수준이나 이용료 등은 일단 접근성이 확보된 다음에 따져야 할 사안이다.
2. 사전답사를 해서 기구와 시설을 점검한다
기구가 꼭 비쌀 필요나 새것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리상태인데, 관리가 잘 안되는 헬스장은 기구가 녹슬어 있고 땀과 먼지가 많이 묻어 있어서 사용하기 찝찝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부상을 입을 우려도 있다. 락커와 샤워실도 꼭 확인하도록 하자. 트레이닝복은 제대로 세탁을 하는지, 샤워실 청소는 제대로 하는지 등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 이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헬스장은 운영자가 헬스보다 다른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기구는 다양한 종류를 갖춘 곳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쓰는 중요한 기구를 여러 대 갖춘 곳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것저것 써 보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구 위주로 운동을 하게 된다. 이런 기구들이 운동 방법과 효과가 잘 알려져 있어서 운동 성과를 올리기 좋기 때문이다. 몇 가지 근력운동을 위한 필수 기구를 추천하자면 파워랙, 스미스 머신, 레그 프레스, 랫풀 다운, 풀업 머신, 펙덱 플라이 등등이 있다.
* 런닝머신과 사이클의 성능도 꼭 점검하자
헬스장에 있는 런닝머신(트레드밀), 사이클, 일립티컬 등의 유산소 장비들은 모두 시간, 속도, 칼로리 등을 측정하기 위한 전자장치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장치의 정확도와 정밀도가 당신의 운동능력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헬스장에 설치된 유산소 장비가 너무 낡았거나 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저가형 제품인 경우에는 다른 헬스장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트레드밀의 경우 경사 조정이 가능한지, 15키로 이상의 빠른 속도도 무리없이 세팅할 수 있는지, 런닝패드가 충분히 길어서 운동 중에 뒤로 벗어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체크하도록 하자. 사이클의 경우에도 난이도 조절이 제대로 되는지, 안장이 불편하거나 너무 딱딱하지 않은지, 속도나 RPM 등이 정확하게 표시되는지 등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3. PT를 받고 싶다면 트레이너의 수준을 꼭 확인하자
헬스에 좀 익숙해진 상태라면 자체적으로 책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서 자세와 훈련방법을 익힐 수도 있지만 헬스 초보의 경우에는 일단 PT를 권한다. PT를 제대로만 받는다면 2달 정도만 받아도 확실하게 운동에 눈뜰 수 있고 재미도 붙일 수 있다. 일단 운동에 흥미를 갖게 됐다면 이후에도 계속 PT를 받을 것인지 개인 훈련 위주로 할 것인지는 본인이 선택하면 된다.
문제는 헬스장에 있는 트레이너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헬스 트레이너는 특별한 자격증이나 학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은 직종 중 하나이며 이로 인해 남을 가르칠만한 기본적인 인성이나 실력을 갖추지 못한 트레이너가 상당히 많다.
그럼 헬스 초보 입장에서 어떤 트레이너가 좋은 트레이너인지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은 학위나 자격증을 확인하는 것이다. 일단 선수 출신이거나 대학에서 체육 관련 학과를 전공한 트레이너라면 관련 경력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또 공인된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어느 정도는 신뢰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자격증으로 문화체육부에서 발급하는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 있다. 생활스포츠지도사는 2급과 1급이 있는데 1급 자격증은 취득하기 상당히 어렵다. 때문에 1급 자격증을 취득한 트레이너들은 보통 자부심이 강한 편이며 회원들에게 1급 자격증 소지자라고 반드시 언급을 한다. 국가자격증 외에도 ACSM, NASM, NSCA 등 미국에서 발행하는 국제 트레이너 자격증도 있는데 이들 자격증 역시 비용이 많이 들고 취득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런 자격증을 소지한 트레이너 역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
위에 언급된 공인된 자격증 외에도 민간에서 임의로 발행하는 자격증이 꽤 많다. 하지만 이런 자격증은 발급 조건이 천차만별인데다 돈만 내면 그냥 발급해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또 대회 입상경력을 가지고 트레이너의 수준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참가비만 내면 이런 저런 타이틀을 주는 수준낮은 대회가 많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해서 허위 입상경력을 내세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자격증이나 입상경력 등은 그냥 참고 수준으로만 확인하자.
이처럼 트레이너의 실력은 경력이나 자격증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지도 스타일이나 인성 등은 실제로 PT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자신과 성향이나 마음이 잘 맞는 트레이너를 만나야 확실하게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운동능력도 빨리 향상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운의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이 글을 읽는 헬스 초보들은 부디 훌륭한 트레이너를 만나기를 기원한다.
4. 헬스 초보의 경우 장기 계약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헬스장은 운영한지 최소 3년 이상 되었고 주변의 평가도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제는 우리 집이나 직장 주변에 이런 조건을 갖춘 헬스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앞서 헬스장은 거리가 깡패라고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헬스 초보라면 헬스장이 썩 미덥지 않더라도 일단은 가까운 곳에 가는 것이 맞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규 헬스장에서는 '반값 할인'이나 'PT X회 공짜' 등의 당근을 제시하면서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 헬스장을 개설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이런 식의 계약을 선호하는 것이다.
헬스 초보라면 처음에는 장기계약을 하지 말고 3개월 이하로 계약할 것을 권한다. 초보의 경우 한두달 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헬스장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장비가 자신과 맞지 않아서 도중에 그만 두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헬스장에서는 온갖 명목으로 회원들의 장기 계약을 유도해서 목돈을 챙긴 뒤 갑자기 헬스장 문을 닫고 잠적해버려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관련기사 일단 먹튀가 발생한 뒤에 헬스장 사용료를 환불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렇게 회원들 호주머니를 털어먹기 좋기 때문에 먹튀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규 헬스장에 등록한다면 처음에는 장기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답이며 혹시나 헬스장에서 장기계약을 과하게 고집한다면 거기는 그냥 다니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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